[인터뷰] 연구자료 총괄이 말하는 연구원 업무의 A to Z | 신지연 선임연구원
혹시 ‘연구원’이라는 직업을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흰 가운을 입고 혼자 무언가에 깊이 몰입한 사람이 그려지기도 하는데요.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연구원들은 세대 특성이나 최신 트렌드를 더 깊이 있게 분석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의 논의를 거쳐 연구를 진행합니다. 연구 주제에 부합하는 조사 기법을 고민하고,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도록 분석해내죠.
이런 일련의 과정에는 연구자료의 내용과 형식적인 결을 유지하고, 빈틈 없게 검수하는 역할이 필수적인데요. 이번 인터뷰에서는 20대연구소의 연구자료를 총괄 관리하는 신지연 선임연구원님을 만나 가설 설정부터 보고서 검토까지, 연구원이 하는 업무에 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연구원으로서의 역할과 고민, 최근 진행한 연구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하다면 이번 인터뷰를 주목해 주세요!
일반 연구원이라는 업에 대하여 |
안녕하세요, 지연 연구원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리서치 1파트 소속 8년 차 일반 연구원 신지연입니다. 연구소에서 자체적으로 발행하는 연구자료를 총괄 관리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최근에 수원으로 이사하셨다고 들었어요, 근무 환경은 좀 나아졌나요?
장단점이 있는데요. 일단 장점은 방 개수가 늘어났다는 점? 🙂 재택근무 할 때가 많은데, 업무에 훨씬 더 집중할 수 있는 서재 환경이 마련돼서 좋더라고요. 단점은 출퇴근 거리가 편도 2시간 가량으로 긴 편인데요. 그래도 유연근무가 잘 정착돼 있다 보니, 비교적 덜 붐비는 시간대에 출근할 수 있어 ‘출근지옥’은 덜 겪고 있어요.
연구소에서 어떤 일을 하시는지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앞서 일반 연구원으로 저를 소개했는데요. 간략하게 말씀드리면,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서 인사이트를 내는 직무예요. 그 데이터의 종류는 일반적으로 소비자 대상의 설문조사가 될 수도 있고, FGD(소비자 좌담회), IDI(개별 심층 인터뷰), 다이어리 리서치 등을 포함한 정성조사나 트렌드 사례를 찾는 것을 모두 포함합니다.
8년 차 연구원의 역할과 고민 |
자체 발행하는 연구자료를 총괄한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인가요?
우선 각각의 조사를 담당하는 PM 연구원은 따로 있습니다. 제 역할은 연구소에서 발행되는 모든 연구자료가 형식과 내용적인 측면에 있어서 하나의 기관에서 낸 것이라고 느껴질 수 있도록 관리하고 정돈하는 일이에요.
먼저 형식적으로는 템플릿이나 규칙을 만드는 게 있어요. 문항이나 보고서에서 쓰는 표현, 보고서에 들어가는 표와 그래프 등이 일정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잡아두는 거죠. 사실 규칙 관리의 경우 연말에 잘 잡아 놓으면 그 이후에는 꼼꼼하게 체크하면 되는 거라 그렇게 어렵지는 않은데요.
더 어려운 부분은 인사이트의 방향성을 잡고, 연구자료의 퀄리티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QC(품질 관리) 하는 거예요. 가령 한 보고서 안에서 일관된 인사이트를 드러내고 있는지, 같은 주제의 이전 보고서와 상충되는 내용은 아닌지, 데이터 분석 과정에서 놓친 부분은 없는지 등을 꼼꼼하게 체크해요. 그렇기 때문에 다른 연구원들, 소장님과 많이 커뮤니케이션 하고 있죠.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그동안 노하우가 꽤 생긴 것 같아요. 어쩌다 보니 중간 관리자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 제 적성에 맞는 부분도 있는 것 같고요.
연구자료가 나오기까지의 대략적인 프로세스를 알려주세요.
데이터를 기준으로 말씀드릴게요. 우선 가설 설정을 위해 아이데이션 회의를 합니다. 관련 트렌드나 조사하면 좋을 만한 주제를 일차적으로 추려요. 이후 가설을 구체화하고, PM을 맡은 연구원들이 설문지를 만듭니다. 이후 DP파트에서 패널사와 함께 설문을 진행하고, Raw 데이터(가공되지 않은 원본 데이터)를 통계 분석해줍니다. 필요에 따라 보고서를 만드는 과정이 추가되고, PR파트와 협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상품화와 홍보가 이뤄집니다. 이 중 저는 가설 회의와 설문지 피드백, 보고서 검토에 중점적으로 투입되고 있어요.
❓ DP파트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DP는 데이터 프로세싱(Data Processing)이란 뜻으로, 실사 관리와 통계 분석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설문지가 완성되면 본격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응답자들의 Raw 데이터를 분석해야 하는데요. DP파트에서 설문지 설계와 보고서 작성 사이의 과정 전체를 책임지고 있어요. - 대학내일20대연구소 이은재 DP파트장 |
많은 프로젝트를 관리할 때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있나요?
제가 심리학과 출신이라 이런 얘기해도 될런지 모르겠지만 😅 MBTI 검사를 하면 ISFJ 유형이 나와요. 가급적 트러블을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성격이랄까요. 대학내일에서 지원해주신 태니지먼트 검사에서도 완성과 조정이 제 강점으로 나왔었고요.
연구 프로세스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하나의 연구자료를 내는 데 정말 많은 분들의 노고가 들어가잖아요. 그런데 누군가 한 사람으로 인해 그 다음 프로세스에서 무한 대기하는 상황이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사실 연구원들은 저희 연구소에서 자체적으로 발행하는 연구자료 외에도, 다양한 고객사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보니 어느 정도 일정이 바뀔 수밖에 없는데요. 다른 사람들의 업무가 꼬이지 않도록 최대한 미리미리 이야기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다양한 주제 중 연구원님이 특히 더 관심을 두고 있는 주제가 있나요?
2020년부터 여가 분야의 PM을 맡고 있어요. 최근에도 여가를 주제로 기획조사를 진행했는데요. 요즘 성심당이 엄청나게 핫하잖아요. 원래도 유명한 빵집이었지만, ‘퀵턴 여행’이라고 해서 당일치기나 1박으로 대전까지 다녀오는 여행 문화가 생겨났고요. 대학생들은 평일 공강으로 시간이 빌 때, 직장인들은 평일에 연차를 써서 KTX 타고 대전에 간다고 해요. 요새 프로야구가 핫한데, 대전 야구장에 원정 응원을 가는 경우도 있고요.
이런 것들이 개별 사례로는 포착되는데, 실제로 성심당 때문에 대전에 가는 사람이 많은지 알아보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당일치기 여행 비율과 여행지 먹거리, 여행을 결심하게 되는 이유 같은 여행 행태를 조사해 봤어요. 그런데 실제로 그런 데이터가 좀 높게 나오더라고요. 관심 있는 분들은 읽어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물론 대전 한 군데만 다룬 것은 아니고, 수도권과 제주도를 제외한 국내 주요 여행지를 전반적으로 살펴봤어요.
이미지 클릭 시 해당 데이터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이미지 클릭 시 해당 보고서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개인적으로 관심 있는 주제는 전자나 플랫폼 쪽이에요. 스마트폰이나 가전제품, AI나 SNS, 검색 채널, 게임에 대해 관심이 많아요. 정작 프로스포츠나 패션처럼 관심 분야가 아닌 주제의 인사이트 보고서를 맡은 경험이 더 많지만요. 이번에 패션 보고서를 맡아 보니, 관심 분야가 아닐 때 오히려 장점이 되기도 하더라고요.
관심 분야가 아니어서 읽어낸 세대 특성 |
최근에 패션 보고서를 내셨더라고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소개해주세요!
몇 년 전부터 고프코어, 발레코어 같은 패션 트렌드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요.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와 실제 Z세대가 즐기는 패션 스타일링 방법, 그리고 요즘 뜨는 패션 플랫폼들의 특징이 담겨 있어요. 패션도 다루기는 하지만, 거기에서 나타나는 Z세대의 특징에 더 포커스를 맞췄어요. 저도 패션을 잘 모르기 때문에, 패션을 잘 모르는 사람도 읽을 수 있는 패션 보고서가 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힙하다’, ‘핀터레스트 감성’, ‘위시리스트’ 같은 키워드가 궁금한 분들이 읽으면 좋을 보고서예요.
이미지 클릭 시 해당 보고서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이번 조사에서 ‘추구미’라는 표현을 통해 알 수 있었던 것은 Z세대가 자기 개성 표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거예요. Z세대는 추구하는 패션 아이템을 찾기 위해 핀터레스트나 블로그 위시리스트를 계속 뒤져보는 특징이 있는데요. 사실 요즘 많은 패션 플랫폼이 알고리즘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잖아요. 그런데 알고리즘이 편한 패션 플랫폼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보물 찾기’를 하는 모습이 굉장히 신기하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낚시나 광고 글을 스스로 거르면서까지 찾아보는 열정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업의 측면에서는 알고리즘을 잘 갖추거나 다양한 브랜드가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색이 뚜렷한 편집숍이 되는 게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원래부터 패션에 관심이 있었나요?
패션에 관심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고, 저만의 철학이 있었는데요. 10년 뒤에 봐도 우습지 않은, 무난한 옷 스타일을 입자는 것이었어요. 유행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조금만 지나면 촌스러워질까 봐 사지 않았죠. 그런데 아무래도 이번 조사를 하다 보니까 옷을 좀 사고 싶더라고요 🤣 이전보다 패션에 대해 관심도 높아졌고요. 한편으로는, 10년 뒤에 무난한 것도 좋지만 지금 당장 내 색깔을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오늘은 인터뷰를 위해 모던 시크룩으로 입어 봤어요 👓
연구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나요?
우선 연관된 정량조사 결과를 먼저 봤어요. 올해 초 뷰티나 패션, 인테리어 등 라이프스타일 품목 전반에서 해당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소비하고, 정보를 얻는지 등을 알아본 적이 있는데요. 이번 보고서에서는 패션 플랫폼과 관련된 데이터를 주로 활용했어요.
이미지 클릭 시 해당 데이터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그다음으로 제트워크(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Z세대 오픈채팅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다이어리 리서치’를 진행했는데요. 참가자들에게 과제를 내고 결과물을 제출받는 조사 기법을 말해요. 보통 정량조사나 인터뷰를 더 자주 활용하지만, 아무래도 패션은 시각적인 게 중요하다 보니까 글이나 말로는 전달되지 못하는 게 많아서 다이어리 리서치를 진행했어요. 이 밖에도 ‘아이디어 워크숍’*과 소셜 빅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조사 및 분석 기법을 활용했습니다.
*아이디어 워크숍: 공통의 과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참가자들이 어떤 단어를 쓰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관찰하는 조사 기법
이번 연구에 대한 소회를 알려주세요.
실은 ‘패션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데 패션 보고서를 낼 수 있을까?’ 걱정했었는데요. 오히려 패션에 관심이 적은 사람의 입장에서, 패션에서 나타나는 특징이 Z세대의 일반적인 특성과 연결된다는 말을 할 수 있어서 의미 있었어요. 만약 제가 패션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었으면 Z세대에 주목하기보다는 패션 업계의 전반적인 흐름을 적용하거나, 상대적으로 마이너한 트렌드에 집중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저희는 패션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Z세대의 특성’을 보려 한 것이었거든요.
마케팅 리서치라는 업의 특징이 있다면, 무엇을 하든 저희는 해당 업계 사람보다 모를 수밖에 없다는 거예요. 반면 저희는 인간의 특성에 더 집중해서 보는 곳이기 때문에, 업계 전문가들은 모르는 Z세대의 특성을 드러내는 장점이 있고요. 그럼에도 업계의 전반적인 흐름과 동떨어진 내용이 돼선 안 된다는 경계심이 있었는데요. 다행히 워킹그룹에 패션에 관심 있는 분이 있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어요. 아무리 생소한 주제여도 연구소에 한 명은 고관여자가 있더라고요. 이렇게 연구소 구성원들의 관심사가 워낙 다양하다 보니, 저희끼리 ‘제각각 연구소’라고 부르기도 해요!
‘연구소의 R&D센터’라고 불리는 이유 |
‘R&D센터’, ‘숨은 개발자’ 같은 별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R&D센터’는 사실 제가 자조적으로 말한 별명이고, 모두가 동의할지는 모르겠는데요 😅 연구소에 소셜 빅데이터를 도입하자는 결정도, 설문조사 자동화 솔루션 개발도, 연구자료 상품을 분류하거나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과정도 다 제가 메인으로 참여해서 그렇게 불러봤어요. ‘숨은 개발자’는 이것저것 프로그램에 관심이 많다 보니까 붙여주신 것 같아요. ‘숨은 개발자’라는 별명이 마음에 드네요 🙂
신지연 선임연구원이 메신저에서 AI를 언급한 모습
원래 새로운 기술이나 접근법에 관심이 많았나요?
하나의 계기가 있는데요. 예전 회사에서 엑셀로 데이터 유효성을 검증하는 업무를 했었어요. 그 업무 중 하나가 온종일 엑셀 명단을 봐야 하는 것이었는데, 너무 눈이 아프고 야근도 잦아서 힘들더라고요.
그런데 개발자 지인이 ‘이런 식으로 매크로를 만들면 시간을 줄일 수 있어’라고 알려준 거예요. 실제로 적용했더니 업무 시간이 절반 넘게 줄어들었고요. 그래서 업무를 자동화하면 시간이 줄어들고 정확도도 높아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거죠. 그 후로 추적 조사를 할 때 엑셀 VBA(매크로)를 배워서 업무에 적용하려고 노력하다 보니까 자연스레 AI에도 관심이 생겼어요.
연구소에서도 매크로를 활용한 경험이 있어요. 저희가 데이터를 해석할 때 전체 평균에 비해 특정 그룹의 수치가 높은지 표시하는데요. 일정 정도 이상일 때 자동으로 표시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죠. 그리고 연구소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하면 좋을 것 같아서, 괜찮은 AI를 찾아서 공유해드린 적이 있어요. 아직 본격적으로 AI를 활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앞으로는 보고서에 들어갈 문장을 통일성 있게 작성할 수 있도록 AI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어요.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것’에 추구미를 느껴요 |
새롭게 시도해보고 싶은 연구 분야나 조사 기법이 있나요?
워낙 20대연구소가 하나의 공식에 갇혀 있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추구하는 편이라 저 역시 고민이 많은데요. 현재는 연구소에서 메인으로 다루는 데이터가 대부분 자기 보고식 데이터입니다. 가령 어떤 물건을 구매했는지 조사할 때 실제로 이 사람이 결제한 데이터가 아니라, ‘샀습니까?’ 물어보고 ‘예’라는 대답을 얻는 식의 데이터예요.
그런데 사람의 응답과 실제 행동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거든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행동 데이터를 연구소에서 다루고 싶은 니즈가 있어요. 나중에는 소셜 빅데이터 말고도 구매 데이터나 접속 로그 데이터처럼 조금 더 날 것의 데이터를 연구소 자체 플랫폼의 형태로 수집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대학내일20대연구소 신지연 선임연구원 인터뷰
김다희 선임디자이너
김혜리 파트장